거대한 발자국
김해경
폭정과 폭압의 시대
붉은 장미여 피어나라
핏빛 같은 꽃송이 마다
검게 그을린 가시 마다
죽음보다 처절한 독을 품어라
이 어둡고 지옥 같은 시대에는
찬란한 세상 따위 꿈꾸지도 말 것
한 순간도 희망 따위 기대 하지 말 것
세상은 매순간 후려치는 도리깨처럼 돌아가고
새벽은 한번도 신선하게 온적이 없었지
암흑의 시대
구원의 손길은 어디에도 없었다
고뇌하는 자유조차 사치였던 시간들
1979년 10월 16일 10시 도서관으로!
부산대학교 교정에서 시작된 불씨
민중항쟁의 시작이다
'독재타도' '유신철폐'
분노하는 민중과 행동하는 양심
우리의 소원은 통일로 시작된 발화점은
부산에서 마산으로 들불처럼 퍼져나가
무자비한 폭력과 총칼 앞에서도
비상계엄령, 위수령 발동이라는 폭정 앞에서도
'민주선언문'
'민주투쟁선언문'이라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 기본권을 주장 발표했다
우리는 기억한다
그날의 거대한 발자국을
터져 나오는 함성을
절박한 기도문을
서로의 야윈 손을 붙잡고
서로의 아픈 어깨를 부딪혀 얻은
민주여! 자유여! 희망이여!
피 흘리며 얻은 신새벽이여!
폐부 깊숙이 푸른 숨을 들이 마시고
해일처럼 밀려 다녔던
그날의 뜨거운 발자국을 기억하자!
폭풍처럼 휘몰아쳤던 민주의 갈망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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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경
2004년 계간 [시의 나라]로 등단
시집 ｢아버지의 호두｣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