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학술·홍보 사업 총체적 부실"

부마와 관련 없는 사진과 영상이 언론에 일상적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기념하는 재단에서 ‘가짜’가 등장한다면 여러분 상상할 수 있습니까? 홈페이지에 역사적 사실도 구체적으로 기술하지 않고, 부마 주역을 익명 처리해버리고…. 정말 문제가 심각합니다.”(정광민 10.16부마항쟁연구소장)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학술·홍보 사업이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역사적 사실을 올바르게 전달해야 할 재단이 부마 발생 과정을 제대로 소개하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추켜세워야 할 부마항쟁 주역들을 왜 익명화하느냐는 비판 목소리까지 더해진다.

부마민주항쟁 45주년 기념 세미나가 19일 오후 3시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이 자리는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이 주관하고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등 부마 관련 5개 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주제는 ‘민주화 관련 단체 미래 발전 방향과 연대’였다. 부마 관련자 등 30여 명이 행사에 참석했다.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이사를 지낸 정광민 10.16부마항쟁연구소장은 ‘부마재단 학술 홍보 사업의 문제점’을 주제로 발제했다. 정 소장은 지난 40여 년간 부마와 관련 없는 내용이 당대 촬영본인 것처럼 둔갑해 계속해서 언론에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표적인 오보로 부마와 관련 없는 영상과 사진을 각각 담은 부마민주항쟁 관련 다큐멘터리 방송과 2019년 10월 16일 자 보도(부산대 대운동장 도는 부마민주항쟁 시위대)를 거론했다.

정 소장은 “누군가 오보에 따른 책임을 지지도, 바로 잡으려는 사람도 없다”며 “허위가 일상이 된 현실이 개탄스럽고 희한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40년간 허위가 일상이 돼 버렸는데도 재단은 진상조사를 하지 않는다”며 “역사적 사실과 배치되는 기술도 곳곳에 있지만, 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고, 왜 반복되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는지 등 후속 조치가 일절 없다”고 주장했다.

항쟁 주역 개개인을 내세우지 않고 익명화하는 문제도 지적했다. 정 소장은 “부마재단 누리집 어디에도 주역 이름이 없다”며 “민주당 대통령 사진은 있지만, 항쟁 주역 사진은 내세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관순의 독립운동을 기념한다고 하면 유관순이 3.1절에 무엇을 했는가가 주요 이야기가 되지 않느냐”며 “역사적 사건인 부마항쟁 주체는 어디 갔는지 죄다 빠져있다”고 한탄했다.

이 밖에도 공식 누리집에 부마항쟁 발발 과정과 진행 상황이 구체적으로 표기돼 있지 않은 점도 꼬집었다. 또 재단 구술집 부실 문제도 제기했다. 사례로는 2021년 부마민주항쟁이 낸 구술사료집 속 송기인 신부 인터뷰 내용을 들었다. 부산 구포 출신으로 알려진 송 신부가 스스로 순천 출생이라고 고백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구술자가 이를 심층적으로 파고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 소장은 부마재단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부마 관련자가 각종 사업에 참여하는 시스템이 내부적으로 구축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부마 관련 인사 전문위원제 신설과 흩어져 있는 부마 관련자들이 함께하는 관련자 모임을 새로 만들어서 통일된 의사가 전달될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부마 관련 기록과 자료가 제대로 전산화 돼 있지 않은 실정을 비판하는 견해도 있었다. 진홍근 경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과 교수는 “미래세대는 부마 관련 강연자 설명을 아무리 들어도 항쟁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며 “항쟁은 콘텐츠로 소비되고 이해되기 마련이나, 그에 비해 부마를 다룬 소설이나 영화·시 등 문화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빈곤하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그 이유가 자료는 많아도 데이터베이스화 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서 놀랍다”며 “이번 같은 세미나가 지난 40년 내내 있어야 했지만, 오늘이 처음이라는 점, 부마 관련자 커뮤니티 역시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던 점도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마민주항쟁이 지속해서 회자되고 콘텐츠화 되려면 관행적인 행사를 중단하고 디지털 아카이브부터 먼저 정교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측은 지적된 사안들을 들여다보고 미흡한 점을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김종기 재단 상임이사는 “항쟁 경과 등 구체적인 기술이 안 되어 있는 점을 포함해 오류가 있는 부분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항쟁 주역 익명화 문제에 대해서는 “인물을 밝혀야 할 경우도 존재하긴 하나, 보통 역사서나 기술서에는 역사 속 인물을 익명화하는 경우가 흔하다"며 "익명화 처리되었다는 자체가 비판 받을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전산화 문제는 예산을 투입해서 진행 중”이라며 “제한된 예산 속에서도 앞으로 예산을 잘 편성해 관련자 지원 사업을 늘려나가고, 특히 시민과 접점을 더 늘려나갈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석환 기자(경남도민일보)